Hoonak 생각

[생각] 병원은 꼭 여러군데 다녀야 한다는 것을 느꼈던 실제 사례

HOONAK 2023. 7. 13.

 

이 글은 실제 필자가 체험한 대학병원 사례로 하마터면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큰 수술을 할 수도 있었던 실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병원, 꼭 여러 군데 가세요

 

1. 삼수 때, 갑자기 눈이 가려 보이다.

오른쪽 사진처럼 왼쪽눈의 시야가 가려보였다.

 

삼수를 하던 어느 여름날, 어느 순간부터 왼쪽눈이 좀 가려서 보인다는 것을 인지하였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혹시 대학 입시를 앞두고 큰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되어 안과를 찾아갔다. 

 

안과에서는 "음... 이거 큰 병원 가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라는 말과 함께 진료의뢰서를 나에게 주었다. 나는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때 당시 근처에서 눈을 잘 보기로 유명한 한 대학병원을 예약하게 된다. 

 

대학병원 특성상 예약 후, 며칠을 기다려야 했고 간단한 진료 후에 MRI를 비롯하여 여러 검사를 받았고 드디어 검사 발표일에 다시 대학병원에 찾아가게 되었다. 


2. 제가 뇌종양이라고요?

대학병원에서 접수를 한 후, 진료실 앞 대기실에서 어머니와 함께 기다렸다. 대기실에서 나의 어머니는 나에게 연신 "ㅇㅇ아 괜찮을 거야, 별일 아닐 거야"라며 나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셨다. 하지만, 언뜻 그때 봤던 어머니의 손은 그 어느 때보다 떨고 있었다.

 

"ㅇㅇㅇ님!"

 

간호사님께서 나의 이름을 호명하였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다소 긴장된 마음으로 어머니와 함께 진료실을 들어갔다. 차가운 인상의 여의사님께서 검사결과와 차트를 보셨고, 이내 우리 모자에게 한마디를 하셨다.

 

"종양이네요."

 

나와 어머니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검사 사진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의사님께서는 말을 이어갔다.

 

"여기 보이시죠, 이 뇌에 있는 종양이 시신경으로 가는 혈관을 누르고 있어서 시야가 가려 보이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크기가 크지 않아서 머리를 열지 않고 코로 기구를 넣어 수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지금 기억이 나는 건 그때 그 여의사님은 다소 침착하셨다고 해야 되나, 냉정하다고 해야 되나... 여하튼 무표정으로 상심해하는 나를 바라보며 "입원하시고 어서 수술받으세요"라고 하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3. 아닐지도 몰라, 아닐지도 몰라

 

진료실을 나가면서 난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대기실 의자에 풀썩 쓰러졌고, 어머니는 눈물을 닦으시면서 그런 나를 일으켜 세워주셨다.

 

난 이때만 해도 대학병원의 의사님께서 하신 말씀이니 당연히 그래야 하는거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나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준비하였던 것 같다. 

 

입원 신청과 뇌종양 환자 등록까지 꽤나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수술날을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 아버지가 갑자기 다른 병원을 가보자고 하셨다.

 

나와는 다르게 부모님은 포기하지 않으셨고, "아닐지도 몰라, 아닐지도 몰라"라는 마음가짐으로 인맥을 총 동원하여 다른 병원의 유명한 의사를 찾으셨다. 그런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수술 전에 정말 운 좋게 모 대학병원의 유명한 교수님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4. 네? 종양이 아니라고요?

교수님께서 처음 갔던 대학병원에서 검사한 MRI나 뇌 스캔을 한 사진들을 살펴보시다가 정말 예상치 못한 말을 꺼내셨다.

 

"어? 이거 종양이 아닐 수 있고, 수술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는데요? 다시 한번 검사를 해봐야겠습니다."

 

수술이라는 선택지밖에 생각하지 못했던 나에게 교수님의 말은 희망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갑자기 대기실에서 그때 당시 재미로 하던 원판 돌리기 게임의 결과가 생각났다.

 

 

"자연치유"

 

교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설마 하던 선택지였는데, 뭔가 희망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5. 물혹입니다.

 

예전 대학병원에서의 수술 일정을 늦추고, 새로운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다시 하였다. 검사 후,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다시 교수님을 만나는 날이 되었다. 

 

"ㅇㅇㅇ님!"

 

간호사님께서 부르는 소리에 이번에도 어머니와 진료실에 들어갔다. 교수님은 새롭게 검사한 MRI와 스캔자료를 찬찬히 살피시더니 정말 의외의 말씀을 하셨다.

 

"물혹이네요."

 

그 당시 물혹에 대한 지식이 없던 나는 되물었다.

 

"네? 물혹이 뭔가요? 저 괜찮은 건가요?"

 

그러자, 교수님은 설명을 이어가셨다.

 

"ㅇㅇ님 같은 경우, 선천적으로 생기는 혹으로 인체에 크게 영향을 주는 혹은 아니에요. 이것 때문에 수술하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여기 이전 MRI 검사 결과를 보면, 종양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ㅇㅇ님의 증상이 시야가 가려 보이는 거니 종양이 시신경을 누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 병원에서 새롭게 검사한 MRI를 보면, 이것은 종양이 아니라 단순한 물혹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생긴 것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지금 시야가 가려 보이는 것은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아스피린 처방해 드릴게요. 꾸준히 드시면 개선되실 거예요"

 

나는 연신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고, 어머니 또한 안도의 한숨을 쉬고 계셨다. 그렇게 나는 예전 대학병원에서 있던 수술 일정을 취소하고 처방해주신 아스피린을 복용하자 상태는 호전되었고 14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런 문제 없이 생활하고 있다.(물론, 삼수 끝난후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아도 별 문제 없었다.)


6. 만약에 수술했더라면?

가끔, 그때 처음에 간 대학병원의 말만 듣고 수술을 진행했다면 어땠을지 상상을 하곤 한다. 아무래도 뇌수술이다보니 후유증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삼수도 실패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이 있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병원은 꼭 여러 군데 가봐야한다."는 말을 듣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는데 이런 일을 직접 겪게 되니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나의 운명을 더 좋은 쪽으로 인도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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