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시간

[인생은 아름다워] 서진 엄마, 아니 세연이에게 쓰는 편지(from 진봉, 스포 o)

HOONAK 2023. 1. 20.

출처 : OGAM Entertainment 유튜브

To. 세연

 

야, 거기는 지낼만하냐? 또 버스 잘못 타서 헤매고 있는 건 아니지?

 

이렇게 너한테 편지쓰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 나 군대에 있을 때만 해도 너한테 편지 많이 썼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제대로 된 손편지 하나 못해준 것 같다. 참, 그러고 보니 군대 들어가기 전에 내가 너한테 기다리지 말라고 했던 말 기억나? 행시 준비한다고 너 고생시켰는데 군대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할 수가 없겠더라고... 그때, 너의 '나 기다릴 거야'라는 말 덕분에 그 힘든 군대도 잘 이겨낸 것 같아

 

혹시 그곳에서 서진이, 예진이가 보고싶다면 언제든 와서 우리 아이들 보러 와. 겸사겸사 내 꿈에도 나타나주면 좋고. 나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다 채워지지 않을 너의 빈자리를 채워가면서 열심히 살고 있어. 어때?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 아니야? 서진이와 예진이는 너무 걱정하지 마. 너 닮아서 똑똑하고, 이쁘게 잘 자라고 있어. 특히 너를 닮아 이쁘게 자라고 있는 예진이를 보면, 우리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생각나네.

 

기억나? 데모가 한창이던 옛날에 내가 넘어져있는 처음보는 너를 업고 열심히 도망쳤고, 니가 내 뺨을 수차례 때리면서 경찰에게서 나를 지켜주었던 일. 그렇게 너를 만나고 나서 내 인생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들어왔어. 너를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춤이 절로 나오더라. 둘 다 너무 어려서 가난했지만 서로 뜨겁게 사랑했던 그 시절... 너와 함께 본 월요일 조조영화는 주말의 명화가 되었고, 페달을 밟아야 갈 수 있는 2인용 오리배는 초호화 크루즈가 되었어. 

 

더 이상 너와의 이별을 생각할 수 없을 때쯤, 내가 행시를 준비한다고 고생시킨 너의 입에서 나온 "아빠가 선보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진짜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더라. 그리고 집에 가서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생각했어. 그 당시 행시도 중요했지만 너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었어. 그래서, 다짜고짜 한밤 중 너네 집에 찾아가서 문을 두들기고 무릎을 꿇으면서 빌었었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 아닐까? 그렇게 했기 때문에 사랑하는 너도, 서진이, 예진이도 만날 수 있었으니깐 말이야.

 

워낙 무뚝뚝한 성격이라 결혼 후에 이렇다할 기념일도 못 챙겨주고, 잘해주지 못했던 것 같네. 평생 같이 살 줄 알았던 니가 시한부라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금까지 너한테 뭘 해주었나 생각이 들면서 내 성격이 원망스럽더라. 조금만 더 살갑게 해 줄걸, 조금만 더 잘 챙겨줄걸 생각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이런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서 니가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았어. 그러다 니가 꾸겨서 버려놓은 '내 생에 하고 싶은 일' 10가지를 보았지.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올라 눈물이 나더라. 한때 나의 최우선 순위였던 너에게 사랑주기가 현실에 치여 제일 뒷전으로 밀려났고, 어느새 너의 '내 생에 하고 싶은 일' 1순위인 '사랑받기'가 되었으니 말이야. 나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지만 사랑하는 세연이가 적은 버킷리스트를 다 이루게 해주고 싶었어. 그래서, 최대한 열심히 이뤄주려고 했는데, 어때 세연아? 행복한 마음으로 떠났니? 

 

니가 조용히 눈을 감으며 가던 날, 나는 자고 있는 듯한 너의 모습을 보며 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 언제든 문을 열고 니가 우리 집에 들어올 것 같았지. 그래서, 니가 가고 나서 한동안 사망신고서를 쓰지 못했어. 이걸 쓰면 정말 너를 잃는 거니깐... 

 

세연아, 정말 사랑했고, 보고싶다. 그러니깐 가끔 꿈속에 놀러와. 우리 예전에 조조영화로 보았던 명화 한 편 같이 보면서 내 볼에 뽀뽀 한번 해주라. 

 

From 진봉


** 해당 내용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2022)의 내용을 필자가 강진봉 입장으로 상상하여 쓴 편지내용입니다. 편지 내용상 스포일러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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